서정의 힘(詩)

보리 누룽지

송탄어적 2014. 1. 22. 10:43

 

 

 

보리 누룽지

 

 

뜨거운 눈물

부뚜막으로 흘리며

속이 타들어갔던 무쇠 솥

 

어머니의 거칠어진 손놀림으로

박박 긁어대던 운명의 교향곡

밥을 태웠다는 아버지 호통에

몽당 부지깽이로

솥뚜껑을 펑펑 두드려야 했던 어머니

 

어머니의 속이 타면 탈수록

고소한 맛의 누룽지는

이십 리 먼 학교 길에

늘 허기진 배를 채워 주었고

 

지금도 우리들이 토해 놓은 인생의 맛처럼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나는 보리 누룽지

 

*김경수 제7시집 <도돌이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