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제6회 한국문인협회 작가상 수상작

송탄어적 2010. 1. 12. 01:01

도돌이표


도돌이표 
김경수 시집 / 문학과현실사 刊

  삶이 무엇인지, 무엇으로 삶을 사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참다운 인생인지 잃은 것도 없고 버린 것도 없으면서 아는 것을 찾아 나서보지만 아는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어설픈 노래 이것이 생활이다 그 생활 속 어디엔가는 살아서 꿈틀거리는 그 무엇― 그것을 우리는 시(詩)라 하기에 사랑이든 이별이든 죽음이든 이념이든 갈등이든 서정이든 참여든 우리가 간직한 모든 것을 두려움을 무릅쓰고 시집이란 이름으로 묶어 내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세상이 두려워 미약하고 부족하다 하여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미약한 부분을 더 느낄 수 없고 달라질 수 없으므로 이렇게라도 부끄럽게 내놓으려 하는 것이다 내 안에 모아둔 그런 것들을 시라는 이름으로
김경수, 책머리글 <이름으로> 중에서

  산업화의 시대도 지나 지금 우리는 최첨단 정보통신의 시대를 살고 있다. 20세기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이 일일생활권이었는데 이제는 이 세계가 일일생활권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도 실시간으로 보고 듣고 느낀다. 노트북만 있으면 지구상 거의 모든 정보를 금방 파악할 수 있다. 각종 전자 기기는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편리하게, 신속하게, 정확하게 하는 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이렇게 전자 기기가 가져다준 편리함에 도취되어 있는 동안 자연 생태계는 파괴되었고, 지구 온난화는 심해졌으며, 각종 신종 질병이 창궐하고 있다. 문명이 우리의 삶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해주고는 있지만 자연이 파괴됨으로써 잃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미래요, 우리의 생명인지도 모른다. 우리 후손이 공기 좋은 곳에서, 맑은 물을 마시며 살아갈 수 없다고 한다면 우리가 이룩한 문명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김경수 시인의 시를 읽으며 해설자는 종종 이상과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곤 하였다. 일단 나의 눈길을 가장 강하게 끌어당긴 시부터 보기로 하자.

           글이 무엇인가?
          그저 잘난 글 몇 줄 쓰기 위해
          처절하게 탄식하며 고뇌하지만
          그건 끝이 보이지 않는 무한의 투쟁이다
          오늘, 그 끝없는 투쟁을 집어치고
          숲속 뻐꾹새 울음을 들으련다
          봉우리 터지는 잎새들의 기쁨을 보련다
          그 모습들이 얼마나 순수한 언어인가를
          그 속에 더 많은 운율과 지혜가 들어 있는―
          시시한 설교자 검디점은 유혹이여
          자연을 네 스승으로 삼아야 할 까닭이여
                    ― <주제> 중반부

  평이한 진술형으로 전개되는 작품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시인의 시론이다. 동양의 전통적인 성정론(性情論)이그렇듯 글이란 마음에서 우러나서 쓰는 것이어야 한다. 서거정은 「東人詩話」에서 "詩者 心之發' 이라고 했고 남공철은 「金陵集」권13에서 "詩者 感於情 而形於聲者也" 라고 했다. 그런데 김경수 시인은 자신의 문필 활동을 생각해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 무한의 투쟁" 이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처절하게 탄식하며 고뇌하지만" 억지로 쓰는 글이니 만큼 고통만 가중될 뿐이다. 시인은 "잘난 글" 쓰기를 포기하고 대지로 나간다. 숲에 나가보니 뻐꾹새 울음이 들리고 잎새들은 봉우리를 터뜨린다. 시인은 그 모습이 얼마나 순수한 언어인가 꺠닫는다. 자연에는 책보다 훨씬 많은 '운율과 지혜' 가 들어 있기 때문에 자연을 스승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한다.

이승하(시인, 중앙대 교수), 작품론 <문명샤회에 살면서 자연을 그리워하는 이유> 중에서

         - 차    례 -

책머리글 | 이름으로

제1부  동성서맥
동성서맥
명함
숲에 대한 명상
비누
어머니 길
심부름
일출
강물
해바라기
밤꽃
모자
보리 누룽지
세월

제2부  도돌이표
통(通)과 불(不)
도돌이표
질경이
언어의 언덕에서
도자기
황사
서울에서 만난 마크 샤갈
산다는 것
주제
날 새다
안개 속 풍경
불면증
북한산 바위

제3불  겨울나무의 희망
하얀 찔레꽃
겨울나무의 희망
웃음
시(詩)
어느 봄날
딱쟁이로 피는 봄
얼음 꽃을 보며
소낙비
망초꽃
다치지 말자
바람
별똥별
외도(外道)

제4부  탕춘대성의 봄
산행연가(山行戀歌)
밤(夜)
능소화, 너는
바다
유년(幼年)의 기억
갈잎이 운다
지하철 정거장에서 51 - 휴식
지하철 정거장에서 52 - 삶
지하철 정거장에서 53 - 묻고 답하기
골목길
눈꽃
나무
봉숭아

작품론 | 문명샤회에 살면서 자연을 그리워하는 이유_이승하

[2009.9.1 초판발행. 85페이지. 정가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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