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
김 경 수(金京秀)
가을바람에게 서두르지 말라는 눈짓 보내고 있다
꽃대의 길이만큼 웃는 것도 울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옛날 고향을 떠나 도심에 정착한 이후
꽃잎마다 골 깊은 세파는 거세게 각인 되어있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오고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순리
이 세상에서 이 세상이 아닌 곳
옛 청년을 따라 어디론가 떠나야 할,
보랏빛 꽃잎과 노란 꽃술의 연리지
“우리 가족은 내가 떠나도 별 일 없겠지요?”
활처럼 굽어진 구순의 어머니
허리 위에 쑥부쟁이 꽃 한 아름 이고 있다.
김경수 제8시집<서툰 곡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