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누룽지
뜨거운 눈물
부뚜막으로 흘리며
속이 타들어갔던 무쇠 솥
어머니의 거칠어진 손놀림으로
박박 긁어대던 운명의 교향곡
밥을 태웠다는 아버지 호통에
몽당 부지깽이로
솥뚜껑을 펑펑 두드려야 했던 어머니
어머니의 속이 타면 탈수록
고소한 맛의 누룽지는
이십 리 먼 학교 길에
늘 허기진 배를 채워 주었고
지금도 우리들이 토해 놓은 인생의 맛처럼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나는 보리 누룽지
*김경수 제7시집 <도돌이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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