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엔 다치지 말자
다치지 말자
반투명 햇살이
속살로 꼬드기거든
그 순정에 넘어가지 말자
홍엽(紅葉) 군단으로 뜨겁게 밀려오는
우울과 그리움에 더 이상 속지 말자
쓸쓸한 열병으로
가을을 앓게 되는
서러움과 환희의 풍경들
모조리 도구통에 넣어
도구대로 잘게잘게 찧어
긴 강물에 흘러 보내자
어느 시인의
“초록이 지쳐 단풍 든다”는
시구까지도 모조리 부셔
갈대숲에 묻어 버리고
내면(內面)아
이 가을엔 다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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