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허 외 1편
김경수
허허허
허허로운 벌판에 바람이 서있다
바람이 서 있는 자리에
허수아비 서 있다
양팔을 벌려
한 팔은 처지고
한 팔은 흔들흔들
외발로 절뚝인다
세상 사람들 향해
허허롭게 웃는 허수아비
추수의 강을 건너
무색으로 흔들리는 옷가지
존재의 겸허를 가리키는
아름다운 들녘
빈 세상을 향해
허허로운 미소를 보내고 있다
그 시절이 좋았어요
배고픔에 울던 그 시절이 좋았어요
눈물 손등으로 닦으며
보릿고개시절엔 보리목을 따다
불에 그슬려 입안에 톡 털어 넣고 우물우물
엄마오기를 기다리며 울던-
그 시절이 좋았어요.
칡꽃이 한창이면 칡덩굴 따라 산나물도 뜯고
산 더덕도 캐내어 얇은 손톱으로 더덕 껍질을 벗겨
눈물을 삼키며 씹어 먹던-
정말 좋았어요. 그 시절이
스마튼 폰도 없고 인터넷도 없고
에스엔에스(SNS)도 모르고 살았던-
텔레비전(TV)도 없어
재벌의 소식도 대통령의 소식도 데모소식도
모르고 살았던 -
눈뜨면 동쪽에서 해 뜨고
눈감으면 서쪽으로 해 기울고
산새가 들려주던 아름다운 멜로디가
더 정겨워서 잠들던 그 시절
인정 많던 고향
수탉은 홰치며 자신의 존재만큼 날아오르고
햇볕은 찢어진 문구멍으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엿듣던 그 때가 좋았어요.
마음 편하게 웃고 떠들며
꽃은 그대로 꽃이고
기차는 못 보아도
하늘은 그냥 파란 하늘이던
웃고 싶을 때 웃던
마음편한 그 때가
정말 좋았어요.
* 2016년 계간『시원』겨울호
1980년【해변문학】으로 시작(詩作)활동
종합문예지『착각의시학』발행인 겸 주간
저서: 시집<서툰 곡선>외 7권 외 평론 다수
수상: 제10회 한국농민문학상 본상/제6회 한국문협작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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