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의 힘(詩)

허허허 외1편

송탄어적 2016. 12. 19. 09:57



허허허  외 1편

                                     김경수


허허허

허허로운 벌판에 바람이 서있다

바람이 서 있는 자리에

허수아비 서 있다

양팔을 벌려

한 팔은 처지고

한 팔은 흔들흔들

외발로 절뚝인다

세상 사람들 향해

허허롭게 웃는 허수아비

추수의 강을 건너

무색으로 흔들리는 옷가지

존재의 겸허를 가리키는

아름다운 들녘

빈 세상을 향해

허허로운 미소를 보내고 있다





그 시절이 좋았어요


배고픔에 울던 그 시절이 좋았어요

눈물 손등으로 닦으며

보릿고개시절엔 보리목을 따다

불에 그슬려 입안에 톡 털어 넣고 우물우물

엄마오기를 기다리며 울던-

그 시절이 좋았어요.

칡꽃이 한창이면 칡덩굴 따라 산나물도 뜯고

산 더덕도 캐내어 얇은 손톱으로 더덕 껍질을 벗겨

눈물을 삼키며 씹어 먹던-

정말 좋았어요. 그 시절이

스마튼 폰도 없고 인터넷도 없고

에스엔에스(SNS)도 모르고 살았던-

텔레비전(TV)도 없어

재벌의 소식도 대통령의 소식도 데모소식도

모르고 살았던 -

눈뜨면 동쪽에서 해 뜨고

눈감으면 서쪽으로 해 기울고

산새가 들려주던 아름다운 멜로디가

더 정겨워서 잠들던 그 시절

인정 많던 고향

수탉은 홰치며 자신의 존재만큼 날아오르고

햇볕은 찢어진 문구멍으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엿듣던 그 때가 좋았어요.

마음 편하게 웃고 떠들며

꽃은 그대로 꽃이고

기차는 못 보아도

하늘은 그냥 파란 하늘이던

웃고 싶을 때 웃던

마음편한 그 때가

정말 좋았어요. 


* 2016년 계간『시원』겨울호


1980년【해변문학】으로 시작(詩作)활동

종합문예지『착각의시학』발행인 겸 주간

저서: 시집<서툰 곡선>외 7권 외 평론 다수

수상: 제10회 한국농민문학상 본상/제6회 한국문협작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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